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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기공 ․ 피에스넷 관련 배임 무죄는 ‘총수 봐주기’ 판결
동일 사안 행정소송에서 정상적인 경영판단이 아니라고 한 대법원 판결까지 뒤집어
배임죄 성립 요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여 부당지원행위에 면죄부

1.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배임․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롯데그룹 지배주주 일가 형사재판 1심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은 신동빈 회장이 선고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특히 구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 ‘끼워넣기’ 관련 특경가법 위반(배임) 혐의, 롯데피에스넷 지분인수 및 유상증자 관련 특경가법 위반(배임)혐의 등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재판부가 배임죄 성립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여 계열사 끼워넣기,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각종 불법행위를 외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재벌 총수가 회사를 마치 개인 금고처럼 악용하는 행위에 면죄부를 주게 된 것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2. 재판부는 먼저, 롯데피에스넷이 제조사로부터 ATM기(현금자동입출금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인 구 롯데기공을 통하여 간접 구매한 건과 관련한 신동빈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이 건은 이미 수년전에 대법원 판결을 통해 위 행위가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구 롯데기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일 뿐, 정상적인 경영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여 확정적으로 판단을 내린 사건이다. 즉, 2012년 공정위는 롯데피에스넷의 위 행위가 구 롯데기공으로 하여금 별다른 역할 없이 중간마진을 챙기기 위해 끼워넣은 행위라고 보아 시정명령 및 과징금 6억 4,900만원을 부과하였고, 대법원 판결을 통해 그 정당성이 확인되었다(서울고법2012누30730,대법원2013두17466).

당시 서울고법은 ▲ 구 롯데기공은 가스보일러 및 자동판매기 제조․판매업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ATM기 등 금융자동화기기 제조 경험이 전혀 없었던 점, ▲ 롯데피에스넷이 ATM기를 제조사인 네오로부터 직접 구매하지 않고 이와 무관한 구 롯데기공을 통해 구매하기로 한 것은 관련 업계의 보편적인 거래 관행과 원고의 과거 구매행태에 부합하지 않아 매우 이례적인 점 ▲ 구 롯데기공을 거쳐 ATM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할 무렵 롯데기공은 단기차입금이 2,332억 원, 부채비율이 5,366%(산업 평균 469%), 당기 순손실이 881억 원에 달하는 등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던 점, ▲ ATM기 개발과 관련한 구 롯데기공의 역할이 미미했던 점 등을 근거로 정상적인 경영판단의 결과가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대법원 역시 동일하게 결론을 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공정거래 법령상의 부당지원행위로 평가될 수 있거나 해당 법령에 의한 제재가 필요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배임행위의 성립 여부는 “별도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ATM사업에 구 롯데기공을 참여시킨 것을 롯데피에스넷에 대한 배임행위로 보기 어렵고, 신동빈 회장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종전 대법원의 판단을 180도 뒤집었다.

즉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롯데 측에 유리한 증언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거나 각종 문건에서 일부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최대한 확장하는 논법을 사용하면서 이것만으로는 배임죄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가령 신동빈 회장의 ‘롯데기공을 ATM 제조사로 정하는 게 어떻겠냐’라는, 사실상 배임의 고의를 추단할 수 있는 발언에 관해, 행정소송 재판부가 ‘롯데기공을 중간에 끼워서 매출을 일으키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데 반해 이번 판결에서는 롯데 임원이 신동빈 회장의 위 발언을 ‘끼워 넣으라는 말’로 자의적 해석을 한 것이라고 뒤집어 버렸다.

그러나 롯데 임원의 증언 이외에 구 롯데기공에 수익을 창출해 주려고 구 롯데기공을 거래중간에 끼워 넣은 행위임을 증명하는 여러 자료들이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의 이와 같은 무리한 해석은 신동빈 회장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2012. 7. 19.자 공정위 보도자료 中>

<현 롯데피에스넷의 대표이사◯◯◯가 자기 직원◯◯◯에게 보내 메일>
“ATM 제작방안 보고 당시 ‘그럼 기공을 끼우면 안되나’는 현 회장, 부회장의 찬조 발언이 있어 기공을 끼운 것이죠”.

<롯데기공 차장 ◯◯◯가 네오아이씨피 부사장 ◯◯◯에게 보낸 메일>
“롯데기공의 기여부분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유통계열사를 대상으로 뱅킹사업을 하겠다는 그룹의 사업전략과 맞물려 부회장(신동빈)의 지시로 제조회사인 기공이 참여를 하는 형상입니다. 당초 사업취지에 부합하여 3사가 공동참여를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나름대로의 사업명분을 만드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3. 또한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이 2012년 코리아세븐을 통해 부실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 지분을 인수한 행위는 물론, 이후 2012년, 2013년, 2015년에 코리아세븐, 롯데닷컴, 롯데정보통신 등 계열사들을 동원하여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에 계속 참여한 행위에 대하여도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모두 무죄로 판결하였다. 그러나 ▲ 신동빈 회장이 롯데피에스넷 지분을 인수한 2012년에 이미 롯데피에스넷은 자본총계 (-) 53억 1,200만 원 상당, 부채총계 792억 6,100만 원 상당에 이르는 등 완전자본잠식 및 부채과다 상태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과의 업무제휴도 사실상 불가능하여 투자를 하더라도 이를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는 점, ▲ 이후 유상증자가 진행된 2012년, 2013년, 2015년에 모두 롯데피에스넷의 영업상황은 호전되지 않아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 및 존속가능성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주식가치가 사실상 0원에 이르렀다고 평가되었다는 점, ▲ 이러한 이유에서 롯데계열사 이외의 롯데피에스넷의 소수주주들은 유상증자에 불참하였다는 점, ▲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계열사들이 롯데피에스넷 지분을 인수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계열사 자체의 결정이 아닌 그룹을 총괄하는 조직인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지시에 의한 것임을 감안하면, 롯데피에스넷 지분 인수 및 유상증자에 참여한 행위는 당연히 롯데 계열사에 손해를 가하는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더구나 ▲ 롯데피에스넷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인수를 지휘한 회사라는 점, ▲ 당시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후계자 경쟁을 하던 시기로,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비판이 대내외적으로 제기되어서는 안 되었다는 점, ▲ 롯데피에스넷에 거액의 금융리스를 제공한 롯데캐피탈이 리스원리금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계열사 부당대출실행에 따른 지적이나 제재를 받게 되면 신동빈 회장은 그와 관련된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신동빈 회장에게는 이러한 배임행위를 할 충분한 범행동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롯데피에스넷 지분 인수 및 유상증자에 참여한 행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는 바, 이로 인한 피해액이 약 390억 원에 달하여 이를 유죄로 판단할 경우 양형기준표상 횡령배임 액수가 300억 원 이상이면 감경 사유를 적용하더라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점을 감안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4. 재판부는 또, 롯데시네마 매점을 총수일가가 주주로 있는 회사에 임대한 행위에 대해서도 손해액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단순 배임죄로만 선고하였다. 그러나 극장 매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은 통상적인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CGV등 유사 극장 매점에서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손해액을 입증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손해액을 입증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은 결국 재판부의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처벌 의지부족과 더불어 손해액이 특정될 경우 양형기준표에 따른 양형에 대한 부담을 고려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유로 지배구조의 개선과 투명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점, 기업 활동에 참여토록 하여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는데, 이는 과거 재벌 총수의 형사 사건에서 관행적으로 제시된 양형사유를 반복하는 것으로 구태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5. 재벌의 편법적 행태는 갈수록 정밀해지고 또한 교묘해지고 있다. 형식만 가지고 따져서는 법의 그물로 이것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법의 판단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모호한 경우에는 기업 측에 너그럽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1심 재판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로 신동빈 회장의 배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여 부당지원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을 비판하며, 검찰의 항소와 2심 재판을 통해 엄정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논평 원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