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정책과 활동 > 보도자료






대법원의 (주)한화 주주대표소송 원고 패소 판결 유감
한화S&C 지분 매각 당시 이사회 결의 및 회계법인 평가 거쳐 이사로서의 임무 해태 없어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전제 하에 거래의 목적이 경영권 승계라는 실질은 외면
한화S&C는 제2의 삼성에버랜드 사례, 법원의 형식적 논리가 편법적 경영권 승계 묵인

1. 어제(9/12) 대법원 제3부는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들이 ㈜한화의 한화 S&C 지분 헐값매각 의혹 관련 김승연 회장 등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한화의 한화S&C 주식 헐값 매각 의혹 관련, 대법원이 거래의 실질을 따져보지 않은 채 이사회 결의를 거쳤기 때문에 적법하다는 형식적 논리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법원의 형식적 판단이 재벌의 편법 승계를 사실상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2. 본 소송은 2005년 6월 ㈜한화가 자회사인 한화S&C 지분 40만주(66.7%)를 김승연 회장의 장남에게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다. 당초 원고주주들은 한화S&C 지분 저가매각으로 인한 ㈜한화의 손해액을 894억원으로 주장하였으나, 1심 법원은 한화S&C 지분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고 판단했음에도 그 손해를 89억여 원으로 한정하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거래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이사회의 결의를 거쳤고, 주식가치 또한 실제보다 낮게 책정되었을 여지는 있으나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그 결과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문제가 없다며 1심 법원의 결론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의 대부분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였다. 주요 쟁점에 대한 상고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거래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한화가 보유한 한화S&C 주식을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에게 매각한 것은 원심의 판단과 달리 자기거래금지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나, 구 상법 제398조 자기거래금지 규정을 적용하더라도 이사회 결의 당시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항 및 거래조건이 명시되었고, 회계법인이 평가한 가격을 토대로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화 이사회의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둘째, 이 거래가 회사기회의 유용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한화가 사업기회를 포기하고 이를 김승연 회장의 장남에게 제공한 것이라 하더라도 ㈜한화 이사회가 충분한 검토를 통해 승인하였고, 그 과정에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사들의 선관주의 내지 충실의무 위반의 문제는 없다고 보았다.

셋째, 원고주주들은 김승연 회장 등 이사들이 이사로서의 최소한의 주의의무도 게을리 한 채 향후 매출 및 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화S&C 지분을 경영권 승계의 목적으로 장남 김동관에게 저가로 매각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러한 주장은 주식처분 자체가 적절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저가로 매각했다는 것을 전제한 것으로, 원심의 판시와 같이 이 사건 주식을 매각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고,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에 있어 일부 오류가 있기는 했지만 그 수행과정 및 평가결과가 부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사로서의 임무해태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이사의 자기거래 및 회사기회유용에 해당하는 거래라 하더라도 이사회의 승인을 얻은 것이라면 적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우리나라 재벌의 경영방식과 이사회의 운영방식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총수일가가 재벌의 그룹경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고, 한화그룹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은 형사재판을 통해 이미 드러났다. 법원은 이사회 승인이라는 형식적인 요건만을 볼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자기거래 및 회사기회 유용 거래의 승인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특히, 이사의 자기거래의 경우 이사회의 승인 이라는 절차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되었고, 2011년 개정상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었다. 따라서 법원은 김승연 회장 등 이사들이 한화S&C 지분을 제3자에게 고가로 매각할 시도를 하지 않은 채 굳이 김동관에게 그 가격으로 매각하였는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하여 내용의 공정성까지 신중히 판단했어야 했지만, 법원은 이를 생략하였다. 이번 판결과 같이 이사회 승인 이라는 형식적인 요건만을 법원이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면 향후 재벌의 편법 거래를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3. 한편,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인 한화S&C 지분 매각이 헐값이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법원이 보다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화S&C 사례는 그룹의 일감을 통해 매출액이 보장되는 SI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S&C를 ㈜한화가 아닌, 김승연 회장의 자녀에게 이전한 것으로 전형적인 회사기회 유용 및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법인이 보유한 핵심 자회사의 지분을 총수일가의 자녀에게 넘겨주었다는 점에서 예전 삼성에버랜드 사례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한화S&C는 2001년 ㈜한화의 전산사업부문을 분리하여 ㈜한화(66.67%)와 김승연 회장(33.33%)이 출자설립한 회사로, 그룹 계열사와의 매출로 급성장 하였다. 그러다 2005년 ㈜한화와 김승연 회장이 보유하던 한화S&C 지분을 모두 처분하여 한화S&C 지분 100%를 김승연 회장 세 자녀가 소유하는 가족회사로 만들었다. 향후 유망한 사업을 총수의 자녀에게 양도한 것도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제 값을 주지 않고 편법적으로 지분을 취득한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즉, ㈜한화는 자신이 보유하던 한화S&C 주식 전량을 주당 5,100원 총 20억4천만원에 김동관에게 매각했는데, 당시 ㈜한화의 규모로 볼 때 경영상 매각이 꼭 필요한 정도의 규모도 아니었고, 한화S&C의 자산가치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치게 저가였다. 본 소송에서 경제개혁연대는 한화S&C의 적정 가치를 주당 160,488원으로 산정하였으나, 1심 법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여 해당 주식의 가치가 적어도 주당 27,517원은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화S&C의 지분 헐값 매각 의혹은 한화 형사사건에서도 문제가 되었는데 (비록 무죄가 선고되었으나)검찰은 적정 주가를 주당 229,903원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8월 말 한화S&C는 SI 사업부문을 분할하면서 이중 41.3%의 지분을 주당 46,667원, 총 2,312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하였다. 한화S&C의 SI 부문 사업회사의 가치는 매각가격을 기준으로 5,600억원이며, SI 부문의 가치와 분할존속회사의 연결 순자산가치를 합산한 한화S&C의 가치는 최소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김동관은 2005년 ㈜한화로 부터 한화S&C 지분을 매입하고 이후 두 차례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분할 전 한화S&C의 주식 250만주(총 지분의 50%)를 보유한 바, 김동관이 총 613억원을 투자하여 매입한 한화S&C의 주식차치는 현재 약 7천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므로, 한화S&C 지분매입으로 약 6,400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것이다. 이는 원래 ㈜한화와 그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었다.

물론 법원은 원고 측이 주장하는 적정 주가의 평가가 사후적인 판단을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최대 45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은 명백한 ‘헐값 매각’의 증거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에 있어 일부 오류가 있기는 했지만 그 수행과정 및 평가결과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끝.

보도자료 원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