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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계열사 부당지원행위 제재 과징금 취소 판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허점 드러내
서울고법, 대한항공·싸이버스카이 등 사익편취 과징금 14억3천만원 취소 판결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인지 여부 판단에 공정위가 경제력 집중 우려 입증?
법원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사익편취 집행에 제동 우려, 입법 미비점 보완해야

1.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주 금요일(1일), 대한항공,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지원행위 과징금 부과 등 취소소송에서 과징금 14억 3천만원을 취소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본 판결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공정위의 패소로 인해 향후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집행이 크게 위축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2.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 한진그룹 계열사 간의 거래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말하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이루어진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공정위가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싸이버스카이의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인터넷 광고수입 수취(광고수익 몰아주기)와 대한항공의 싸이버스카이에 대한 통신판매수수료 면제의 경우, 이득 규모가 미미하고 비교대상 정상거래의 범위에 관한 공정위의 증명이 부족하여 경제력 집중을 도모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한항공의 싸이버스카이 판촉물 고가매입 건의 경우 해당 거래가 싸이버스카이 측에 유리한 점은 있으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오로지 사익편취 및 경제력 집중을 도모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정상거래와 비교하여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못했다고 보았다. 그리고 대한항공이 유니컨버스에게 콜센터 운영 관련 시스템 장비에 대한 시설사용료와 유지보수비 과다지급 건은 이 부분만 따로 떼어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제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3. 이번 판결의 쟁점은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정상거래와 비교하여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한 것인지 여부였으나, 이 부분을 판단함에 있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부당성’ 요건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다루어졌다. 먼저, 재판부는 사익편취 규제의 경우 경쟁제한성(부당성)의 입증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개정 이유를 들어 명확히 하였다. 이는 당초 사익편취 규제 신설 당시 제3장 ‘경제력집중 억제’의 장에 두려고 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제5장 ‘불공정거래 행위’의 장으로 옮겨가면서 향후 경쟁제한성에 대한 공정위 입증 곤란의 문제가 제기되자,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을 경우 그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정위와 법원이 사익편취 규제의 성립요건 중 ‘부당성’ 부분에 있어 서로 다른 해석을 한 점이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로 보아 제재하면서, 사익편취 규제의 성립요건은 i) 행위주체(총수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 ii) 행위객체(특수관계인 또는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 iii) 제23조의2 제1항 각호의 행위, iv) 비정상거래를 할 만한 특별한 사정 또는 합리적인 이유의 부존재로 보았다.

반면, 재판부는 공정위가 밝힌 iv)의 요건은 “부당한 이익”의 요건을 규범적으로 판단하는 중요한 하나의 사정에 불과할 뿐이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의 목적, 행위 당시 행위 주체·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익편취를 통한 경제력 집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공정위가) 언급하는 4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된다 하더라도 거래의 규모나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등에 비추어 경제력 집중이 발생할 여지가 없거나 극히 미미한 경우 또는 이를 규제하는 것이 사적 자치의 본질을 해하는 경우라면 그러한 경우까지 ”부당한 이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공정위가 거래의 행위태양을 살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라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재판부가 객관적인 요소 외에 해당 행위로 인하여 경제력 집중 발생 우려와 같은 ‘부당성’ 요건을 부과한 것은 사익편취 규제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학설에서도 “부당한 이익의 귀속”에서의 ‘부당’의 의미에 대해 특수관계인에게 이익귀속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없는 경우라거나, 또는 이미 다른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도 경제력 집중을 초래하거나 심화할 우려가 인정되므로 부당성이 추정된다는 등의 방법으로 법 제23조의2의 취지를 살리는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사익편취 규제의 취지를 몰각할 정도로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재판부의 해석대로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존재를 입증하더라도 거래규모 내지 위반금액의 규모가 미미할 경우 제재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이는 현행 공정거래법과 그 시행령의 문구를 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해석이다. 먼저, 법 제23조의2 제1항의 각호를 살펴보면 유독 ‘일감몰아주기(’제4호)에 있어서만 거래의 규모가 요건이고, 이번에 문제가 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제1호)에 있어서는 거래의 규모가 요건이 아니다. 둘째, 행위의 유형과 기준을 정한 대통령령도 정상거래에 적용되는 조건과 7% 이상 차이가 나면 상품·용역의 거래총액이 비록 200억 원에 미달될지라도 그것만으로 적용 제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위반금액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이익제공이 아니라고 보는 이번 재판부의 자의적인 입장은 대법원에서 상당한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4. 한편, ‘부당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는 재판부의 해석은 국회와 정부가 일정부분 그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당초 개정법률안은 “부당한 이익”이라는 표현 대신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라고 제안된 바 있는데, 공정위가 해당 규정이 내부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점과 ‘정당한 이유 없이’를 기업이 소명해야 한다는 점이 논란이 되자 국회 법안 심의과정에서 이 문구를 ‘부당한 이익’으로 수정할 것을 제안하였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결국, 이번 판결을 통해 현행 사익편취 규제 자체에 큰 허점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현행 규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법원이 이번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해당 규제를 공정거래법 제3장 경제력집중의 억제의 장으로 옮겨 특수관계인의 사익편취에 해당하는 거래가 있는 경우 당연위법(per se illegal) 원칙에 따라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거나, 현행 제5장의 체계를 유지하면서 당초 제안됐던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로 하여 공정위의 ‘부당성’ 입증책임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법 등을 포함한 제도개선 방안을 즉각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끝.

논평 원문(HWP)